스트로베리 미드나잇 커트 1. 태형은 무수하고 사소한 처음을 맞이하고 흘려보냈다.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뭐든 그럴싸하게 느껴졌다. 멋졌다. 첫은 첫 자체로 힘이 있었다. 이따금씩 시시콜콜한 최초의 순간들을 떠올렸다. 물론 처음이라고 다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마셔본 커피의 맛. 처음으로 맛 본 계피사탕의 맛. 처음으로 피워본 담배. 술....
요청이 있어서 스핀오프를 유료 공개합니다. 당시 소장본에 수록됐던 후기도 함께입니다. 감사합니다. 야간비행 스핀오프 영원한 여름 이른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태형은 뉴스를 틀어둔 채로 허리를 굽히고 가게 바닥 구석구석을 쓸었다. 먼지는 별로 없다. 어젯밤 마감 때도 아주 오래 청소를 했고 그저께도 그랬으니까. 낡았지만 나름대로 가게는 깨끗했다. 빳빳한 빗자...
좋아해줘 上 1. 나는 한 번도 장난이었던 적이 없다. 그 애한테 거짓말했던 적은 더 없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그랬다. 박지민은 배신자다. “지민은 여행 간다면 어떤 형이랑? 한 명.” 후속곡 활동 중에 출연했던 한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다. 나랑 박지민은 옆자리에 앉아있었다. 서로 가고 싶은 여행지를 말하던 중이었는데(좀 더 정확히는 가고 싶은 여행지와 ...
BEST FRIEND 上 12월 30일. 태태의 생일은 1년 중 가장 화려하고 예쁜 계절이었다. 12월의 끄트머리여서 거리는 소란스러웠고 쇼핑센터와 카페는 북적였으며 사람들은 들떠 있었다. 그 날은 태태를 모르는 사람들도 마치 태태의 생일을 알고 있는 듯이 기뻐 보였다. 한 살 먹자마자 또 먹는 거 짜증난다. ‘생일 축하해’랑 ‘새해 복 많이 받아’ 같이 ...
아오리 외전 2 작은 별 [지민아! 나 오늘 자취방으로 갈게. 이따 봐.] 카톡이 와 있었다. 태형이었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스탭실에서 옷을 갈아입던 중이었다. 핸드폰 전원을 켜고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오랜만의 데이트였다. 너무 좋았다. 좋았지만 당황스러웠다. 자취방 청소 안 해 놨던 것 같은데. 지금 꼴이 어떻더라? 아니 이렇게 말도 없이 갑자기...
아오리 외전 1 민들레 박지민이랑 나는 베스트 프렌드였다. 나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우리는 아홉 살이었다. 어릴 적의 동네 풍경은 매일이 비슷했다. 학교가 끝나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오후에도 저녁밥만 먹고 나가보면 아이들이 골목에 모여 있었다. 처음 보는 아이들이랑 팀을 먹고 경찰과 도둑을 하고 롤러블레이드나 자전거를 타며 놀았다. 그 날도 평소...
아오리 10. 타임캡슐을 묻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우리는 나란히 걷고 있었다. 버릇대로 그 애의 어깨에 팔을 걸치려다가 포기했다. 어깨 높이가 거의 한 뼘 차이가 났다. 어릴 때는 비슷비슷했는데. 작은 애들끼리 붙어 다닌다고 우리의 별명은 완두콩이었다. 심지어 초등학교 3학년 때 했던 신체검사 결과는 내가 키도 2센치가 더 컸고 몸무게도 1킬로가 더...
아오리 9. 할아버지는 아오리 사과를 좋아했다. 사과는 가을에 나는 과일이지만 아오리는 예외였다. 덜 익은 파란 사과. 매년 여름이면 우리 집 거실 평상에는 아오리가 담긴 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할아버지의 오랜 친구가 농장을 해서 선물을 보내왔다. 나무에서 떨어지거나 사과끼리 부딪혀 상처가 나서 팔지 못하는 사과들이었다. 아오리는 초록색에 노란빛이 돌았다....
아오리 W. 커트 7. 훌륭한 어른이 되고 싶었다. 엄마아빠와 할아버지가, 그리고 교과서에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쳤기 때문이었다. 밥 잘 먹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작고 어린 내가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하면 어른들이 나를 칭찬했다. 철이 빨리 들었고 생각이 깊다고 했다. 그런 관심과 애...
아오리 5. 나한테 실망한 김태형. 나한테 화를 내는 김태형. 나에게 실망이라고 말하던 그 애의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도 못했다. 내 감정과 내 기분이 더 중요했다. 아홉 살 때부터 친구였지만 태형이가 나한테 화를 낸 것은 처음이었다. 더 이상 떡볶이나 문구류와 게임기로 그 애의 환심을 살 수 없고, 그 애의 친구 관계를 내가 통제하고 그 애의 시간을 독점할...
아오리 W. 커트 3. 김태형과 나의 어린 시절은 초록색이다. 내 기억 속의 우리는 언제나 여름이었다.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기 때문이었다. 여름은 해가지지 않아 하루가 길고 동네는 놀 게 없었다. 우리는 같이 자랐다. 꼭 형제처럼. 함께 따가운 햇볕을 쬐며 뛰었고, 땀에 티셔츠가 흠뻑 젖을 때까지 축구를 하고, 풀숲에 들어갔다가 종아리에 벌레 자국이...
아오리 김태형X박지민 W. 커트 1. 나는 1995년 10월 13일에 태어났다. 내가 태어났던 1995년은 우리 집에 많은 일이 있었다. 엄마는 유난히 길고 고된 한해였다고 말했다. 아빠가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났다. TV나 라디오에서는 언제나 위기와 사건이 흘러나왔다. 가난하고 어린 부부였던 엄마 아빠는 나를 가졌을 때 서울 생활을 포기했다. 높은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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